올해 고등학교에 진학한 학생부터 적용된 ‘2022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인 ‘고교학점제’와 관련해서 말이 많다. 특히 교사단체 중심으로 폐지 목소리가 높다.

폐지를 이야기할 것이라면 시행하고 있는 지금이 아니라, 2022 개정 교육과정을 확정 고시했을 때인 2022년도나 그 이듬해에는 요구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당시에는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 않았다. 오히려 도입을 찬성하는 목소리가 높았으며, 교육부와 교육단체들은 이를 알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당시 찬성 목소리가 높았던 것은 고교학점제가 학생의 진로와 적성을 고려해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도록 운영하면서 내신 성적을 상대평가제가 아닌 절대평가제로 변경한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여기에 고등학교 유형에 따른 유불리를 최소화시키기 위해 외국어고ㆍ국제고ㆍ자율형사립고를 일반계고로 전환한다는 것도 좋은 반응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고교학점제와 먼 정책들

그러나 2022년 정권이 바뀌고 교육부는 내신 성적 절대평가제를 상대평가제로 회귀시키고, 외국어고ㆍ국제고ㆍ자율형사립고 존치를 결정했다. 또 2028학년도 수능시험을 선택형이 아닌 공통형으로 변경했다. 이에 더해 2024년에는 전공자율선택제(무전공)를 확대 실시한다고 발표하고, 바로 2025학년도 대학입시에 적용시켰다.

그런데 이러한 정책들은 고교학점제와 거리가 있고, 고1 학생들로 하여금 자퇴를 부추기고 있다. 예컨대 내신 성적이 9등급 상대평가제에서 5등급 상대평가제로 변경되면서 상위 10% 이내인 1등급이 되지 않으면 SKY라는 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다. 이 때문에 내신을 잘 받을 수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가거나, 낮은 1학년 1학기 내신 성적을 지우는 방법으로 자퇴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정부에서는 고1 학생들의 자퇴를 방지하고 2022 개정 교육과정이 학교 현장에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시급하게 마련했으면 한다.

내신, 절대평가제 도입 필요

우선, 내신 성적을 상대평가제가 아닌 절대평가제로 변경했으면 한다. 이는 고교학점제 시행을 발표할 때 결정된 바 있다.

다만, 내신 5등급 구분이 대학의 학생 선발에 있어서 변별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문제 제기는 9등급 구분으로 세분화하면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이렇게 한다면 고등학교에 따른 성적 유불리는 다소 해소되고, 대학의 변별력 확보에도 보탬이 될 것이다.

또한 수능시험을 선택형으로 변경하면서 대학의 학과ㆍ전공과 연관성에 있는 영역·과목에 가산점을 부여했으면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학생의 진로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토록 한다’는 고교학점제 도입 취지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성적은 절대평가제로 바로 변경할 수 없다면, 상대평가제로 백분위와 등급만 제공하는 것으로 변경했으면 한다. 표준점수는 출제 난이도에 따라 매 시험마다 최고점에 차이가 있어 희비가 엇갈리지만, 백분위는 문제가 어렵게 출제되든 쉽게 출제되든 100급간으로 성적이 부여되어 난이도 시비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외고·자사고, 일반계고 전환 필요

이와 함께 전공자율선택제(무전공) 선발을 축소하고 학과ㆍ전공 위주 선발을 권장했으면 한다. 고교학점제가 학생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교과목을 선택해 배우도록 하기 위한 제도라는 점을 고려할 때 무전공 선발은 이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외국어고ㆍ국제고ㆍ자율형사립고를 일반계고로 전환했으면 한다. 전환하기로 했다가 존치시켰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고교학점제를 생각하면 학교별 출발점이 같고 선택할 수 있는 교과목의 범위도 비슷하게 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제도가 시행될 때마다 찬반의 의견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고교학점제 역시 그렇다. 이를 해결하는 방안은 공청회 등을 통해 보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깊이 있게 연구ㆍ검토할 수 있는 TF팀을 구성하여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는 것이다.

유성룡 입시분석가 1318대학진학연구소장

출처 : 내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