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영어 절대평가되자, ‘불국어’ 풍선효과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영어 영역이 절대평가로 전환된 이후 국어 영역의 상위권 변별력이 2배 가까이 커진 것으로 분석됐다. 국어 영역이 어려워지는 ‘풍선효과’가 강했다는 의미다. 영어의 절대평가 전환으로 영어 학습 부담이 줄어들기는커녕 입시 전반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일보는 2011~2026학년도 16차례 수능의 국어 난이도를 20일 분석했다. 수능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된 2018학년도 이전과 이후의 국어 난이도 변화를 비교해 풍선효과의 강도를 측정하기 위해서다.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된 이후인 2019~2026학년도 수능에서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평균 144.13점으로 집계됐다. 절대평가 전환 이전인 2011~2018학년도 최고점 135.38점보다 8.75점 상승했다.
표준점수는 수험생의 원점수가 평균과 얼마나 떨어졌는지 나타낸다. 최고점은 원점수 만점자에게 주어지는 점수로 시험이 어려울수록 상승한다. 최고점이 상승했다는 것은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된 뒤 국어가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가장 극명한 변화는 2018~2019학년도에 나타났다. 2018학년도 최고점은 134점으로 평이했지만 이듬해인 2019학년도에는 150점으로 16점 뛰어 역대 최악의 ‘불국어’로 기록됐다.
국어의 상위권 변별력도 강화됐다. 상위권 변별력은 통상 최고점과 1등급 구분점수(컷) 격차로 측정한다. 원점수 만점자와 1등급에 턱걸이한 수험생의 점수 차로, 숫자가 클수록 상위권 내에서도 격차가 컸던 어려운 시험이란 의미다. 2019~2026학년도 최고점과 1등급 컷 차이는 평균 13.13점으로 2011~2018학년도의 6.75점보다 배가량 높았다.
영어 절대평가 전환은 2014년 ‘영어 1점을 위해 사교육 출혈 경쟁을 한다’는 지적에 따라 사교육 및 학습 부담 경감을 명분으로 추진됐다. 정부는 여러 부작용 우려에도 적어도 영어 학습 부담과 사교육비 경감 효과는 있을 것이라며 밀어붙였다.
하지만 영어 사교육비는 꺾이지 않고 국어 등 다른 과목의 사교육비까지 끌어올렸다. 영어 절대평가로 국어가 대입 당락에 끼치는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학생 1인당 월평균 국어 사교육비는 2019년 10만8000원에서 지난해 18만5000원으로 71.3% 상승했다. 같은 기간 영어 사교육비는 21만3000원에서 28만1000원(31.92%), 수학은 19만1000원에서 27만원(41.36%)으로 뛰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출처 :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