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국어·수학·영어영역이 지난해 수능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상위권-최상위권을 변별하는 문제가 다소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수능은 초고난도 문제인 ‘킬러문항’이 배제되고도 변별력을 갖춘 시험으로 평가받았다. 이과생들의 사회탐구영역 응시가 늘어나면서 탐구영역의 난이도도 성적 상위권 학생들의 당락에 일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3일 교육부와EBS, 입시업계 발표를 종합하면 국어·수학·영어영역은 지난해 수능과 유사하거나 일부 문항은 상위권 변별력을 위해 다소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됐다.EBS강사인 윤윤구 한대부고 교사는 “전체 난이도는 지난해 수능과 유사한 수준”이라면서도 “최상위권 변별력 위한 문항이 지난해 수능보다 다소 어렵게 출제돼 수험생 체감 난도는 지난해보다 다소 어렵다고 느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국어영역의 난이도는 지난해 수능과 유사하거나 다소 어렵게 출제됐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EBS강사인 한병훈 덕산고 교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해 수능 출제경향을 유지했으며 다양한 난이도의 문항을 고루 출제해 변별력을 높이려 한 것으로 분석했다”고 했다. 종로학원·이투스와 유웨이는 “지난해 수능보다는 다소 어렵다”고 했고 메가스터디는 “지난해 수능과 유사하다”고 봤다.

지난해 수능 국어영역은 표준점수 기준 1등급 컷이 132점이었다. 보통 표준점수 1등급 컷이 140점을 넘으면 어려운 수능으로 본다.

올해 국어영역은 세부 과목에 따라 난이도가 달랐고 난도가 높은 문제는 대부분EBS연계 문항으로 출제됐다.EBS현장교사단은 “올해 수능은 독서의 난도가 올라간 반면 문학과 선택과목의 난도는 낮아졌다”고 했다.

고난도 문항인 독서의 8번, 12번, 15번 문제는 모두EBS교재 연계 문항이었다. 8번은 담보와 보증 계약의 규범을 보기에서 주어진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지 물었다. 수험생들이 까다로워하는 과학 분야의 열팽창 개념을 다룬 12번도 고난도 문항으로 제시됐다. 12번은 선형 열팽창계수와 최대 이동거리 등 개념 사이 관계를 구체적으로 선지에서 질문했다. 철학자 칸트가 등장하는 14~17번 문항도 수험생 입장에선 풀기 쉽지 않은 문제였다. 독서에서 고난도 문제가 연이어 나오면서 당혹스러워 했을 수험생이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EBS현장교사단은 수학영역은 지난해 수능과 유사한 수준이지만 최상위권-상위권 학생들 사이 변별력을 높이려 일부 고난도 문제가 포함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심주석 하늘고 교사는 “전반적으로 지난해 수능과 유사하게 출제됐다”면서도 “(출생아 수가 많은) 황금돼지띠 수험생이 시험을 치러 좀 더 (난도를) 정밀조준하고 상위권과 최상위권까지 변별할 수 있는 수능”이라고도 했다. 또 “변별력 높은 문항이 전반적으로 늘었다기보단 상위권과 최상위권 사이 변별력을 좀 더 강화했다”고 했다.

입시업계에선 수학영역의 난이도를 두고 분석이 다소 엇갈렸다. 메가스터디와 유웨이는 “지난해 수능과 유사하다”고 한 반면 이투스와 종로학원은 “지난해 수능보다 다소 어렵게 출제됐다”고 평가했다.

가장 까다로운 문항으로는 공통수학 21번이 꼽혔다. 21번은 함수의 극한에 대한 성질을 이해하고 추론해 함숫값을 구하는 문항이다. 사인법칙과 코사인법칙을 모두 사용하는 14번도 문항도 수험생 입장에서 난도가 있는 문제였다. 선택과목에선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모두 30번 문제가 변별력 높은 문항으로 분석됐다. 확률과통계 30번은 중복조합을 이용해 경우의 수를 구해야 했고, 기하 30번은 지름의 길이가 주어진 원에서 벡터의 내적을 구하는 문항이었다.

영어영역은 지난해 수능보다는 다소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평가됐다. 김예령 대원외고 교사는 “지나치게 복잡한 지문은 배제하고 선지의 매력도를 높여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면서도 “. 절대 난도 고려할 때 지난해 수능보다는 다소 어렵게 출제됐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영어영역에선 빈칸추론인 34번, 글의 순서를 잡는 37번 등이 까다로운 문항으로 꼽혔다. 특히 34번은 법을 강하게 옹호하는 칸트의 주장을 설명했는데 글의 전체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면 풀어내기 어려운 문제로 분석됐다.

올해 수능에선 국어·수학·영어영역만이 아니라 탐구영역의 난이도도 성적의 관건으로 꼽힌다. 특히 이과생들이 탐구영역 2과목 중 1과목 이상 택하는 ‘사탐런’이 두드러졌다. 사회·과학탐구영역 지원자 중 사회 과목을 1개 이상 선택한 학생은 77.3%에 달한다. 이과생들이 상대적으로 공부범위가 좁은 사회탐구를 택하더라도 이공계열 대학진학이 가능해지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김창원 수능 출제위원장(경인교대 교수)는 “유불리 문제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지만 탐구과목의 난이도와 수험생 성적에 따라 유불리가 나뉠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

김송이 / 김원진 기자

출처 : 경향신문